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담배 두갑...

하지우 | 2016.03.02 09:23 | 조회 1069
담배 두갑...

지금의 이 이야기는 제가 여행사에 입사 후 1년이 지난,

2003년 11월에 싱가포르/태국/홍콩 여행의 인솔자로 갔었던 내용입니다.

패키지로 모객된 총 25분을 모시고 인솔자로 나가게 되었는데요.

그 25명의 대부분은 연세가 50이 넘으신 아주머니 분들이 대부분이었구요.

역시나 연세가 있으신 부부 동반 되시는 팀들과 마지막으로는

혼자 오신 60세 정도의 어느 한 할아버지가 저희 팀의 일원이었습니다.

오늘의 이야기는 혼자 오신 60세의 한 할아버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.

그 할아버님은 빼짝 마른 체구에 , 머리숱은 거의 없으시고, 깐깐한 인상을 마구마구 풍기는

그런 모습이셨습니다. 역시나, 그렇게 생각했던 제 생각은 현실로 다가왔었습니다.

출발하는 비행기에서 부터 저의 속을 까맣게 태우셨죠.

출발하는 기내에서 스튜어디스가 정복을 입고 있는 저에게 " 00투어 투어 리더되십니까 ?"

라고 묻더군요. 그래서 맞습니다. 그랬더니..저에게 무섭게 한 마디 하더군요.

 

" 저 뒤에 계신 분 일행 맞으시죠? 기내에서 담배 피우셔서 피우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더니.

오히려 화를 내시네요. 직접 가셔서 다른 분들 피해가지 않도록 주의를 주세요.

만약에 한 번 더 소란 피우시면 같이 가실 수 없습니다."

 

그 말을 들을 저는 부리나케 뒤쪽으로 뛰어가 할아버님을 찾았습니다.

그 스튜어디스의 말처럼 뒤쪽은 그 주위의 모든 승객들이 따가운 눈초리를 그 할어버님께 보내고 있었구요.

그 할아버님께 그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저를 향해 , 다들 불만과 동정의 목소리를 섞어서 보내셨습니다.

하지만, 전 그 할아버님께서 다신 그러지 않겠노라 하시는 말씀에 왠지모를 측은함이 느껴졌습니다.

그리고 제자리로 와서 이제는 괜찮겠지 하며 한 숨 돌리고 있는데,,

한참을 가던 도중, 우리 일행 중의 어느 한 어머니가 조용히 저에게 다가와 이렇게 얘기 하더군요.

 

" 어이. 인솔자 양반 , 저 영감하고 우리 같이 행사 해야해 ? 행사에서 따로 빼주면 안돼 ?

아..정말 더럽고 냄새나서 못 봐주겠어. 가서 함 봐봐 옆 사람 있는데도 가려움증 환자처럼 박박 긁고 있다니까.."

 

정말 앞이 캄캄하더군요.. 스튜어디스도 모자라서 이젠 같은 팀의 일행들이 전부 난리들이니 정말 마음이 답답하고,

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.

역시나, 뒤 쪽을 바라 보았을 때 , 그 할아버님은 바지를 무릎 위까지 올린 채 , 다리를 벅벅 긁고 계셨고,

만성으로 긁으셨는 지 다리 듬성듬성이 채 가라앉지 않은 피딱지 투성이였습니다.

역시나 할아버님께 조용히 ...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고, 다행히 비행기 안에서의 일은 끝이 난 것처럼

무사해 보였습니다.

 

어찌어찌하여 우리는 공항에서 내렸고 , 행사는 시작이 되었습니다.

행사 도중, 밥 먹을 때나 어디가서나 그 할아버지 주변엔 모두들 같이 있기를 꺼려했었고,

같이 있는 저를 향해 나머지 일행들은 불만의 눈빛으로 계속해서 무언의 하소연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.

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식사할 때마다 이동할 때마다

그 할아버님을 따로 모셔야만 했었죠.

 

첫 날 일정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.

말할것도 없이 전 그 할아버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요.

식사 중에 할아버님과 나눈 이야기는 저를 너무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

왜 이 분이 혼자 여행하고 계신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.

이 할아버님은 평생 막노동을 하시며 번 돈으로, 술마시고 노름하시고 여러 여자들과 쾌락을 즐기면서 혼자 사시다가

몇 년 전 당뇨병을 얻게 되어 모든 걸 잃으셨다고 했습니다.

그 당뇨병으로 인해 여러 합병증으로 연결이 되고 있는 상황임을 말씀하시며 , 본인은 흰 쌀밥과 김치 이외에

다른 것들을 먹게 되면 온 몸이 가려워서 힘들다고 하셨습니다.

그리고 , 가슴 아픈 마지막 말을 하시더군요..

" 나..1년 밖에 못 살아...그래서 전 재산 다 털어서 놀러 온거야...

할 거 다 해보고 가려고..난 지금 너무 즐거워"

 

그 말을 듣는 순간. 제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고, 부끄러웠고, 뭔가 이 분을 위해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

용솟음침을 주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.

그렇게 하루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향했는데요. 저는 타인과 방이기에 역시나 그 할아버님과 같은 방을 쓰게

되었습니다.

할아버님은 피곤하셨는지 , 바로 주무시더군요..

 

그리고 그 다음날이 되었습니다.

근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. 분명 , 내 방의 열쇠는 꽂는 키 하나였는데요.

또하나의 방 키가 발견되었습니다. 두 개의 방 키를 두 손에 들고 ...의아한 마음에 할아버님께 여쭤 봤습니다.

" 할어버님. 왜 방에 키가 두개 죠 ? "

그 말을 들은 할아버님은 이유를 설명해 주셨는데요...그 이유를 듣고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.

그 내용은 바로.

어제 밤에 밖에 큰 소리가 나길래 잠깐 나갔는데. 문이 자동으로 잠겨 버려서 카운터에 가서 손짓발짓하면서

키를 하나 더 받아 왔다고 하시더라구요...왜 저를 깨우시지 않으셨어요...그랬더니..

깨울까봐 미안해서...라고 말씀 하시더군요...

전 그 말을 듣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. 다만, 이렇게 좋으신 할아버님을 다른 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으로부터 오해를 벗기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생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.

 

그 날 아침 , 첫 관광지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 몇 번을 망설이다가 가이드에게 양해를 구했고,

마이크를 잠시 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. 그리고 저는 제가 가진 장점인 우스갯 소리와 농담과 분위기를 돋울 수 있는

여러 말들을 꺼내며 즐거움을 주고 , 곧이어 문제의 그 할아버님 얘기를 조심스레 꺼내었습니다.

현재 할아버님께서 앓고 있는 병과 ,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라는 것과 어제 밤 잠긴 방문을 열기 위해 말도 통하지 않는

외국인 카운터 직원에게 손짓 발짓하며 키를 하나 더 얻어온 사연등....

같은 일행으로서의 오픈된 마음을 바라는 개인적인 말들을 쏟아 내었습니다.

참 희한하게도 진심은 통한다..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그 분위기는 너무나 숙연해졌고,

제 말을 들은 어느 아주머니께서는 " 아이고,,할아버님...그런 줄도 모르고,,,죄송합니다.."

즐겁게 정말 즐겁게 여행하시고 가셔요..."라고 말씀하셨습니다.

둘 째날 부터 , 분위기가 점점 달라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.

누구라고 할 것 없이 , 식사 시간이 되면, 그 할아버님과 옆에 앉아 얘기를 나누셨고 , 흰밥과 김치를 주문해 주시면서

한국에서 싸온 밑 반찬들도 같이 드리는 ..정말..가슴 훈훈한 모습들이 보여지기 시작했습니다.

 

그렇게 그 할아버님은 모든 일정을 즐겁게 , 하고 싶었던 바닷속 걷기(씨;워킹 해양스포츠)도 해 보시고,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...

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마지막 밤에 호텔에서,

할아버님은 저에게 검은 비닐 봉지에 뭔가를 담아 건네 주셨습니다.

 

" 자네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지 몰라서,,줄 것도 없고 이것 밖에 없네..."라고 하셨던 할아버님...

그것은 바로 담배 두갑이었습니다.  

 

9년이 지난 지금 ,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훈훈해 집니다.

비록 지금 그 할아버님은 이 세상에 안 계실지도 모르겠지만,

그 소중한 추억만큼은 저를 포함해서 여러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으리라 생각을 해 봅니다.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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